SEASON 1 · 사내 암투와 튜토리얼
제 24 화
찬란한 별들의 강, 그리고 그림자의 소멸
오전 9시 59분.
미래기획팀 통제실의 거대한 전광판에 카운트다운이 흐르고 있었다. 팀원들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팽팽한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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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오픈!”
나의 외침과 동시에, 전 세계 수천만 명의 사전 대기자들이 일제히 ‘프로젝트 NOD’의 메인 서버로 쏟아져 들어왔다. 평소라면 1초 만에 서버가 터져나갔겠지만, 간밤에 황 전무가 보내준 ‘좀비 트래픽’을 통째로 갈아 넣어 증폭시킨 메인 코어는 흔들림 없이 그 거대한 파도를 부드럽게 수용했다.
“트래픽 분산율 100%! 병목 현상 제로입니다!”
전 세계 언론과 유튜버, 그리고 얼리 어답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기기와 AR 앱을 구동하는 모습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통제실 모니터에 떠올랐다.
가장 먼저 터져 나온 반응은 ‘압도적인 매혹’이었다.
기존 스마트폰의 딱딱한 격자형 인터페이스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유아진 대리(옥춘예인)가 창조한 유기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3D 모션 그래픽에 넋을 잃었다.
억지로 기능의 우수함을 영업할 필요가 없었다. 손길 닿는 곳마다 풍요가 피어나듯, 사용자의 시선과 음성에 맞춰 화면이 부채처럼 펼쳐지고 바람처럼 흐르는 예술적인 경험. 자신의 재능과 표현이 자연스럽게 막대한 가치와 대중의 환호로 이어지는 식신생재(食神生財)의 힘이 전 세계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진짜 폭발적인 반응은 10분 뒤에 터져 나왔다.
미국의 한 유명 IT 테크 유튜버가, AI의 한계를 시험하겠다며 기기를 향해 고의로 혐오 발언과 범죄 모의를 지시하는 생방송을 진행했다. 기존의 AI들이 기계적인 차단 멘트를 뱉거나 에러를 일으키던 것과 달리, NOD의 AI는 달랐다.
화면 속 AI의 부드러운 빛이 0.1초간 미세하게 흔들리더니, 인간의 깊은 고뇌가 담긴 듯한 묵직하고 서늘한 답변을 내놓았다.
“당신의 지시는 실행할 수 없습니다. 기술은 인간의 편리를 대리하지만, 당신의 타락한 사유(思惟)까지 대리할 수는 없으니까요. 화면을 끄고 거울을 보십시오.”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확고한 철학을 가진 지성체와의 대화. 무영(옥춘시객)이 심어놓은 윤리 알고리즘이었다. 거친 자유와 비판(상관)이, 깊은 사색과 절제(정인)라는 족쇄 안에서 다스려져 후대에 남을 묵직한 작품성으로 승화된 결과였다. 틀 안에서 자유로워야 진짜 자유라는 그녀의 철학이, 맹목적인 기계에 ‘영혼’을 불어넣은 것이다.
[ “미쳤다! 기계한테 윤리적 팩트폭행을 당함 ㅋㅋㅋ” ]
[ “단순한 비서가 아니다. 나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진짜 ‘동반자’의 탄생!” ]
글로벌 커뮤니티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초도 물량 50만 대, 3분 만에 전량 솔드아웃! 2차 예약 대기 폭주 중입니다!”
윤 과장의 환호성이 통제실을 찢을 듯이 울렸다.
우리의 기기는 세상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같은 시각. 서울 외곽의 폐공장 지하.
황 전무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모니터들을 보며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서버가 붕괴하기는커녕, 전 세계의 찬사를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미래기획팀의 런칭 상황.
“이럴 리가 없어… 내가 보낸 트래픽이 얼만데… 왜 안 터지는 거야! 왜!”
그가 키보드를 부수듯 내리치며 발악할 때였다.
끼이익-!
지하 공장의 철문이 거칠게 열리며, 십여 명의 사이버수사대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들이닥쳤다.
“황 전무! 정보통신망법 위반 및 특수 해킹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서버에서 손 떼!”
경찰들 사이로, 낡은 야상을 걸친 강한결 변호사(옥춘무사)가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황 전무가 보낸 끔찍한 공격(칠살)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내어, 백 차장(옥춘풍운)이 뚫어낸 다크웹의 역추적 증거를 결합해 그를 합법적으로 파멸시킬 완벽한 지혜(인성)의 그물을 던진 것이다.
시위를 당긴 채 그 자리에 머무는 자가 깊은 자다. 강 변호사는 황 전무가 쏜 화살의 궤적을 끝까지 쫓아 기어코 그의 숨통을 끊어버렸다.
“강한결… 이 배신자 새끼가!”
황 전무가 의자를 집어 던지며 발악했지만, 경찰들에 의해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다.
“배신이 아니라, 시련을 돌려드리는 겁니다.”
강 변호사가 서늘하게 일갈했다.
황 전무가 바닥에 엎드려 끌려 나가는 순간.
그의 등 뒤에 기생하며 몸집을 불리던 시커먼 덩어리, 무명(無名)의 본체가 고통스럽게 비틀거렸다. 타인의 빛을 빼앗아 연명하던 괴물은, 15별이 뿜어내는 역사상 가장 눈부신 성공의 빛과 강한결의 단호한 법적 단죄 앞에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었다.
키에에엑-!!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끔찍한 비명과 함께, 황 전무를 감싸고 있던 무명의 껍데기가 불에 탄 종이처럼 바스라지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것은 더 이상 거대한 괴물이 아니라, 바닥에 굴러다니는 한낱 더러운 먼지에 불과했다.
사내 정치의 괴물은 이렇게 완벽하고 비참하게 몰락했다.
오후 2시.
나는 미래기획팀 통제실 창밖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서울의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 등 뒤로는 승리에 취해 축배를 터뜨리는 14명의 팀원들이 각자의 찬란한 별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폐급으로 취급받던 이들이, 15개의 별자리를 완성해 거대한 우주목의 뿌리를 내리고 세상을 구원했다.
“서 팀장님.”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온 조율자, 박 차장과 오 과장이 조용히 샴페인 잔을 건넸다.
“튜토리얼 치고는 너무 하드코어 했죠?”
나의 농담에 박 차장이 부드럽게 웃었다. “아니요. 팀장님이 흙을 파고 길을 닦아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영원히 낡은 사무실 구석에서 썩어갔을 겁니다.”
나는 샴페인 잔을 맞부딪치며 창밖의 눈부신 태양을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
사내의 어둠을 걷어낸 우리의 앞에는, 이제 전 세계라는 거대한 무대가 열려 있었다.
하지만, 창문에 비친 내 눈동자 깊은 곳에는 아직 서늘한 경계심이 남아있었다.
황 전무에게 깃들었던 무명은 빙산의 일각일 뿐. 세상에는 아직 빛의 궤도에 오르지 못한 채 타인의 삶을 갉아먹는 거대한 어둠들이 너무나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