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사내 암투와 튜토리얼

제 14 화

대감의 자리, 왕의 눈

오후 2시. 사장실 앞.

육중한 마호가니 문이 열리고 비서가 고개를 까닥였다.

“서 팀장님, 들어가세요.”

사장실 안은 고요했다. 창밖으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회사의 정점이자 모든 결전이 시작되는 곳이다.

상석에 앉은 이 사장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펜을 놀리고 있었다.

어제 감사팀의 난입을 옥춘선비의 규율로 박살 낸 지 불과 몇 시간 만이다.

“서 팀장. 자네가 올린 리포트 잘 봤네.”

이 사장이 마침내 안경을 벗으며 나를 응시했다.

순간, 내 시야가 다시 한번 거세게 일렁였다.

그의 정수리 위에는 거대한 ‘황금빛 인장과 너른 서안(책상)‘의 기운이 웅장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빛나는 별이라기보다는, 모든 것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거대한 자본과 권위의 형상이었다.

‘재관상생(財官相生). 옥춘대감(玉春大監).’

재성(부)이 관성(명예)을 생하여 부와 명예가 함께 따르는 지도자의 별. 단순한 졸부가 아니라 실무 감각과 사회적 영향력이 선순환을 이루는 절대적인 위엄이었다. 하지만 그 찬란한 황금빛 장막 끄트머리에, 황 전무에게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더 끈적하고 거대한 시커먼 진흙(무명)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었다.

무명에게 완전히 잡아먹힌 것은 아니었지만, 조직의 정점에서 느끼는 막연한 불안과 통제에 대한 탐욕이 무명의 촉수를 불러들여 그의 본질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었다.

“황 전무가 자네 팀을 감사하러 간 건, 프로젝트의 보안을 우려한 정당한 집행이었다고 보고받았네. 그런데 자네 팀원은 오히려 사규를 들먹이며 협박을 했더군.”

이 사장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거웠다. 황금빛 장막이 일렁이며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냈다.

“내 회사에서 정치질을 하는 건가?”

“정치가 아니라 생존입니다, 사장님.”

나는 물러서지 않고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사장님께서는 이 회사가 앞으로 100년을 더 가길 원하십니까, 아니면 황 전무 같은 기생충들에게 야금야금 파먹히다 무너지길 원하십니까?”

내 가슴 속 옥춘반석(玉春盤石)의 기운이 뜨겁게 박동하기 시작했다. 타버린 재와 절망을 받아내어 새로운 시작으로 빚어내는 가색(稼穡)의 힘. 나는 지금, 무명에게 잠식당해 가는 이 거대한 자본의 별(이 사장)을 튜닝하여, 우리 팀을 감싸는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물주로 변환시켜야만 했다.

“황 전무의 등 뒤에 무엇이 있는지 보십시오. 그는 사장님의 신뢰를 먹고 자라나, 결국 사장님의 자리까지 집어삼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통제를 원하지만, 저는 결과를 원합니다.”

나는 테이블 위로 우리 팀원들이 밤을 새워 각성하며 만들어낸 완벽한 시제품을 내려놓았다.

“이 기기가 출시되는 날, 사장님은 단순한 제조사 대표가 아니라 전 세계 AI 생태계를 장악한 진짜 통치자가 되실 겁니다. 하지만 사장님의 본질을 잊으신다면, 그저 고장 난 시스템의 마지막 관리자로 남게 되시겠죠.”

“나의 본질…?”

나는 한 걸음 더 다가가, 내 직감이 뱉어내는 옥춘대감의 진정한 진리를 일깨웠다.

“지위는 앉은 자의 것이 아니라 건넨 자의 것입니다. 부와 명예는 흘러야 진짜입니다. 썩은 황 전무의 손목을 자르고, 굶주린 자에게 인장을 빌려주어 권한을 흘려보내십시오. 그러면 이 회사는 다시 폭발적으로 풍요로워질 겁니다.”

그 순간. 이 사장의 머리 위 황금빛 장막을 휘감고 있던 시커먼 진흙이 불에 덴 듯 기괴하게 뒤틀렸다. 자신의 진짜 그릇, ‘대감의 기운’을 깨달은 사장의 본질이 내 말에 자극받아 스스로 무명의 촉수를 거칠게 쳐내기 시작한 것이다.

”…서 팀장.”

이 사장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의 눈동자에 서려 있던 탁한 불안감이 한풀 꺾이며, 날카롭고 너른 통찰력의 안광이 돌아왔다.

“자네, 대체 정체가 뭔가? 단순히 팀장이라고 하기엔 사람의 속내를 꿰뚫어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아.”

“저는 그저, 제 팀원들이 제자리에서 빛날 수 있게 판을 까는 사람일 뿐입니다.”

이 사장이 펜을 들어 책상 위에 놓인 서류 하나에 일필휘지로 서명했다.

“좋아. 황 전무 건은 내가 직접 조사하지. 그리고 미래기획팀은 오늘부로 사장 직속 독립 부서로 격상한다. 예산도 원래대로 복구하고, 추가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 비서실로 연락해.”

완벽한 변환이었다. 황 전무가 던진 ‘감사’라는 벼랑 끝의 절망이, 옥춘반석의 흙을 거쳐 사장의 직속 부서 격상이라는 최고의 시작으로 재탄생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대신, 결과로 증명해. 만약 실패한다면, 그땐 내가 직접 자네의 그 잘난 눈을 뽑아버릴 테니까.”

사장실을 나서는 내 등 뒤로, 황금빛 장막이 다시 웅장하게 펼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 무명의 잔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제 사장은 우리의 가장 든든한 자본적 배경(옥춘대감)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