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사내 암투와 튜토리얼

에필로그

성수동의 담배 연기, 그리고 깨어나는 심연

같은 시각.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성수동의 비좁은 뒷골목. 간판도 없이 붉은 등 하나만 덜렁 매달려 있는 낡은 철학관 안쪽에는, 매캐한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깔려 있었다.

“허어… 기어코 그 미친놈이, 흩어진 14개의 찌끄러기들을 다 주워 모아 별자리를 지어놨구먼.”

옥춘할매는 낡은 브라운관 TV에서 흘러나오는 ‘글로벌 NOD 본부 승격’ 뉴스를 보며, 곰방대를 길게 빨아들였다가 뱉어냈다. 그녀의 주름진 눈가에 기특함과 서늘한 우려가 교차했다.

“진흙탕에 처박힌 재들을 흙으로 덮어 기어이 옥토로 빚어내다니. 가색(稼穡)의 힘이 참으로 지독하긴 해.”

할매는 방구석에 놓인 거북이 등껍질과 산통을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눈에는 TV 화면 너머, 서울 도심 한복판에 웅장하게 뿌리를 내린 거대한 15별의 우주목(宇宙木)이 뿜어내는 찬란한 빛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할매의 시선은 곧, 그 빛의 테두리 바깥… 대한민국의 하늘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시커먼 먹구름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진아. 어쩌누. 별빛이 너무 밝아지니… 깊은 잠에 빠져있던 진짜배기 어둠들이 그 빛을 냄새 맡고 눈을 떠버렸네.”

할매가 곰방대를 재떨이에 툭툭 털며 혀를 찼다.

사내 정치꾼이었던 황 전무 따위가 둘러쓰고 있던 무명(無名)은 그저 떨어져 나온 발톱의 때만도 못한 파편이었다. 이제 15별의 빛이 세상에 드러난 이상, 천 년 전 하늘에서 쫓겨나 인간의 역사 가장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던 ‘무명의 본체(本體)‘들이 그 빛을 집어삼키기 위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릴 차례였다.

“이제 튜토리얼 끝났응게… 단단히 각오해야 쓰겄다, 내 새끼들. 밖에는 짐승들이 우글우글한 진짜 정글이여.”

옥춘할매가 낮게 중얼거리며 탁 불을 끄자, 성수동의 낡은 철학관은 다시 깊은 어둠 속으로 잠겨들었다.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밤이었다.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