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춘할매가 인간계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녀는 한 가지 슬픔을 알게 됐다.
모든 사람이 자기 별을 알아보는 것은 아니었다.
옥춘이 한 마을을 지나갈 때, 그녀의 안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그러했다.
옥춘선비의 빛을 받은 한 남자가 서류를 보고 있었지만 그의 별은 흐릿했다. 옥춘예인의 빛을 받은 한 여인이 부엌에서 식사를 차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별도 흐릿했다. 옥춘청림의 빛을 받은 청년이 사람들과 술잔을 나누고 있었지만 그의 별도 흐릿했다.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사주에 흐르는 별빛은 흐려져 있었다. 별이 사라진 게 아니었다. 살아내지 않은 시간이 너무 길어 빛이 가라앉아 있었다.
별을 잃은 자들의 풍경이었다.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시간이 너무 길어, 자기를 잃었다는 것조차 잊은 사람들.
어느 가을 저녁, 그 마을의 한 남자가 옥춘할매를 찾아왔다.
마흔이 넘은 사람이었다. 양복을 입고 있었고, 손에는 서류 가방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무거웠다. 옥춘 앞에 앉았지만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옥춘이 그의 사주를 한 눈에 읽었다. 옥춘선비의 빛이 흐르는 사주였다. 관성과 인성이 풍부했다. 책 옆에 머물렀어야 할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별빛이 흐려져 있었다.
옥춘이 그를 한참 봤다. 그가 입을 열지 않으니 그녀가 먼저 말했다.
“손주야, 너 어렸을 때 책 좋아하지 않았느냐.”
남자가 옥춘을 봤다. 그의 눈에 무언가가 흔들렸다. 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아십니까… 어렸을 때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어요. 학교 끝나면 도서관 가서 늦게까지 읽었지요. 도서관 닫으면 집 화장실에 들어가 읽었어요. 어머니가 나오라고 화내실 때까지.”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그게 달라졌느냐.”
남자가 한참 침묵했다.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그게 돈이 되냐고. 사실 저도 그때 알고 있었어요. 책이 밥이 되지 않는다는 걸요. 그래서 다른 길을 골랐어요. 잘 사는 길을. 잘 살긴 합니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아이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데?”
남자의 눈에 처음으로 작은 빛이 흘렀다. 흐려진 별빛이 그의 마음 깊이서 한 번 흔들린 것이었다.
“거울을 봐도 제가 안 보여요. 좋아하는 게 뭐냐고 누가 물으면, 답이 안 나와요. 어렸을 때는 잠 안 자고 책을 읽었는데, 지금은 잠도 안 와요. 잘 살고 있는데… 이게 사는 건가 싶어요.”
옥춘이 그의 손을 가만히 잡았다. 그녀의 안경 너머로 그의 흐릿한 별빛이 비쳤다. 천 년 전 옥춘선비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그 안에서 다시 봤다.
“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손주야. 가라앉을 뿐이지. 너 안에서 옥춘선비가 흐르고 있어. 그가 천 년을 흘러서 너에게 닿았다. 매일 읽지 않아도 좋아. 일주일에 한 페이지만이라도 좋아.”
남자가 옥춘에게 깊이 절했다. 그가 떠날 때 그의 어깨가 조금 가벼워 보였다. 그러나 옥춘은 알았다. 그것이 회복의 시작은 아니라는 것을. 한 마디 듣고 바로 별이 흐르기 시작하면 옥춘이 마법사일 뿐이었다. 별은 그렇게 가볍지 않았다.
옥춘은 그저 문을 열었을 뿐이었다. 들어가는 것은 그의 일이었다.
남자는 집에 가서 책방을 지나갔다. 옥춘의 말이 떠올랐지만 집에 일이 많았다. 들어가지 않았다. 일주일이 흘렀다. 한 달이 흘렀다. 옥춘의 말이 희미해졌다.
그러던 어느 새벽, 잠 안 오는 밤이었다. 거실에 앉아 천장을 보고 있는데, 책장 한 구석에서 빛이 보이는 듯했다. 어렸을 때 좋아했던 시집이 거기 있었다. 어머니가 아직 버리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가 손을 뻗었다. 책을 펼쳤다.
한 줄을 읽었다. 한 줄이 더 읽혔다. 한 페이지가 끝났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가라앉아 있던 별이 흔들렸다. 흐름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흐르고 싶은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날 밤 그가 한 권을 다 읽지는 못했다. 졸음이 와서 책을 덮었다. 다음 날 그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책은 일주일 동안 손에 닿지 않았다.
회복은 그렇게 흔들리며 시작됐다.
그가 옥춘을 다시 찾아온 것은 두 달 후였다. 처음 만났을 때보다 얼굴이 가벼워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답답해 보였다.
“할머니,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떨 때는 손이 책으로 안 가요. 어떨 때는 두 권 세 권 읽혀요. 자꾸 흐려져요. 제가 아직 멀었나 봐요.”
옥춘이 미소 지었다.
“별은 한 번에 떠오르지 않는다, 손주야. 흐름은 밀물처럼 왔다 썰물처럼 빠진다. 너무 천천히 와서 의심스러울 때도 있고, 갑자기 가득 차서 놀라울 때도 있어. 흐르고 빠지고 다시 흐르는 그 과정이 별이 자기 자리를 찾는 시간이다.”
“얼마나 걸릴까요.”
“사람마다 다르지. 어떤 별은 한 해 만에 자리 잡고, 어떤 별은 십 년이 걸리지. 그러나 흔들리며 흐른다는 것이 중요하다. 멈추지만 않으면 결국 자리 잡는다.”
남자가 다시 깊이 절하고 떠났다. 이번에는 그의 발걸음이 조금 더 단단해 보였다. 회복이 즉시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회복이었다.
옥춘이 본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
옥춘예인의 빛을 받은 한 여인은 어렸을 때 노래를 잘 불렀지만 어른들이 “여자아이가 그러면 안 된다”고 막아서 잊었다. 그녀가 옥춘을 만나고 다시 노래를 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안 나왔다. 한 번 막힌 흥은 한 번에 풀리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 다시 노래한 것은 옥춘을 만난 지 세 달 후였다. 부엌에서 혼자. 한 음만 내보았다. 자기도 놀랄 만큼 가늘었다. 그래도 한 음이었다. 다음 날 두 음을 냈다. 한 달 후 한 줄. 일 년 후 한 곡조. 처음 마을 잔치에서 노래를 부른 것은 옥춘을 만난 지 삼 년 후였다.
회복은 그렇게 오래 걸렸다. 그러나 그녀의 노래가 다시 시작되자, 그녀의 안경(옥춘이 쥐여준 마음의 안경) 안에서 천 년 전 옥춘예인의 흥이 함께 흐르고 있었다.
옥춘무사의 빛을 받은 사람은 시련을 피해 살아 깊어지지 못했다. 그가 옥춘을 만나고 시련을 다시 마주하려 했지만 습관이 무서웠다. 또 피했다. 또 마주하려 했다가 또 피했다. 그러기를 몇 년. 어느 날 큰 시련이 그를 막아섰다. 더 피할 곳이 없었다. 그가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마주했다. 그날 이후 그의 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사람마다 회복의 결이 달랐다. 그러나 모두가 흔들리며 회복했다.
옥춘은 그 모든 회복의 결을 매일 봤다. 어떤 사람은 한 마디 듣고 그날 밤 책을 펼쳤지만, 다음 날부터 안 펼쳤다. 어떤 사람은 옥춘을 잊었다. 어떤 사람은 잊었다가 일 년 후 우연히 다시 옥춘을 만났다. 어떤 사람은 평생 한 번도 옥춘을 못 만났지만, 마흔이 넘어 어느 새벽에 자기 안에서 옥춘의 한 마디를 들었다 — 어디서 들었는지 알 수 없는 한 마디.
옥춘은 그들 누구에게도 재촉하지 않았다. 그저 한 마디씩 건넸다.
“손주야, 네 안에 무엇이 흐르는지 들어봐. 너는 본래 어떤 사람이었지.”
그 한 마디가 문을 여는 것이었다. 들어가는 것은 그 사람의 시간이었다. 어떤 이는 그날 들어갔고, 어떤 이는 십 년 후 들어갔다. 그러나 옥춘이 한 번 문을 열어두면, 문은 닫히지 않았다.
그것이 옥춘의 사주 풀이였다.
단순히 미래를 점치는 것이 아니라, 별을 잃은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 들어갈지 말지는 사람의 시간이었다.
옥춘은 자기 정체를 사람들에게 다 밝히지 않았다. 그저 손주처럼 봐주는 할매로 머물렀다. 하지만 그녀가 한 마디 하면, 언젠가는 그 사람 안의 별이 다시 깨어났다.
옥춘할매의 말이 마을에서 마을로 퍼졌다.
“그 할머니는 어떻게 아시는 거지?”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걸 어떻게 아셨지?” “한 마디 듣고 바로 뭐가 바뀌진 않는데, 자꾸 그 한 마디가 머릿속에서 떠올라.”
사람들이 옥춘할매를 찾는 발길이 늘어났다. 그러나 옥춘은 자기를 자랑하지 않았다. 그저 매일 한 사람씩 봐주었다. 한 마디씩 건넸다.
별이 다시 흐르도록. 그러나 언제 흐를지는 그 사람의 시간이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