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I · CHAPTER 04

마지막 별과 옥춘의 강림

─ 본질의 깊이 일곱과 정상의 별, 그리고 옥춘이 인간계로 내려오다

Part I · 탄생
Chapter 4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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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과 오행이 자리 잡았다. 별의 강은 일곱 갈래로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옥춘은 알았다. 사람의 본질은 일곱으로 다 담기지 않는다는 것을. 같은 음양과 같은 오행을 받았어도 사람마다 다르게 살아낸다는 것을. 그 다른 살아냄에는 또 다른 별들이 필요했다.

옥춘은 한복 소매에서 사주판 여덟 개를 더 꺼냈다. 본질의 깊이를 살아낸 자들에게 갈 사주판 일곱 개. 그리고 모든 별의 자리를 정리할 마지막 한 개.

깊이는 한 가지가 아니었다. 어떤 자는 자기 안의 빛을 흩뿌리며 깊었고, 어떤 자는 자기 안의 무게를 지키며 깊었다.

옥춘은 일곱 사람을 더 부르고, 마지막 한 사람을 남겨두었다.

옥춘예인 — 사라진 흥을 깨운 자

옥춘이 봄날의 마을에 닿았을 때, 그곳은 흥이 사라진 자리였다.

흉년이 길었고, 돌림병이 지나갔고, 가족을 잃은 자가 많았다. 마을 사람들이 입을 닫은 지 오래였다. 노래도 끊겼고, 잔치도 끊겼다. 어른들이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굳어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에 한 여인이 부채를 들고 서 있었다.

그녀의 사주에는 식상(食傷)이 풍부했다. 표현하고 베푸는 별. 그 옆에 재성(財星)이 있었다. 결실의 별.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사람과 풍요가 따라오는 구조.

그녀가 부채를 한 번 펼쳤다. 코랄빛 노래 한 곡조가 흘러나왔다. 마을 사람들이 처음에는 외면했다. 그녀가 두 번째 곡조를 불렀다. 어른 한 명이 돌아봤다. 세 번째 곡조에 이르러, 굳어 있던 손이 가만히 박자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흥은 죽지 않습니다. 잠들 뿐이지요. 한 곡조가 천 사람의 흥을 깨워요.”

그녀가 마당 한가운데로 나가 춤을 추었다. 한 사람이 따라 일어섰다. 두 사람, 세 사람. 굳어 있던 마을이 그녀의 부채 한 번에 다시 살아났다.

옥춘이 코랄빛 사주판을 부채에 올렸다. 사주판이 부채와 함께 빛났다. 그녀가 깨운 모든 흥이, 다시 일어선 모든 어른들의 박자가 함께 빛났다.

잠든 흥을 깨워 사람을 다시 살리는 자, 옥춘예인이라 부르마.

봄날의 별. 옥춘예인.

옥춘시객 — 금기의 시를 쓴 자

옥춘이 한 도시에 닿았을 때, 그곳은 진실이 봉인된 자리였다.

권력자가 있었다. 그가 한 거짓을 말했고, 그 거짓이 천 가지 거짓을 만들어냈다. 누구도 그 거짓을 흔들 수 없었다. 흔들면 죽었기 때문이다.

도시 한 구석에 한 시인이 술잔을 들고 있었다.

그의 사주에는 상관(傷官)이 있었다. 가장 강한 자기 표현의 별. 그 옆에 정인(正印)이 있었다. 학문과 자기 통제의 별. 천재적 끼와 자기 절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드문 구조.

그가 한 잔을 비우고 한 줄을 적었다. 그 한 줄이 천 가지 거짓을 한 번에 흔드는 시였다. 권력자도 그 시 앞에서 입을 다물었다. 칼로 시인의 목을 베면 시는 더 강해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시는 자유로워 보이지요. 그러나 진짜 자유는 절제 위에 섭니다. 한 줄에 천 가지 진실을 압축할 수 있을 때만이지요.”

그가 시집을 내려놓았다. 도시 사람들이 그 시집을 한 사람씩 베껴갔다. 한 줄이 천 사람의 마음에 옮겨갔다. 거짓이 시 한 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옥춘이 자줏빛 사주판을 그의 시집에 올렸다. 시집이 사주판과 함께 빛났다. 그가 적은 모든 시구가, 그가 압축한 모든 진실이 작은 별이 되어 흩어졌다.

한 줄에 천 진실을 담는 자, 옥춘시객이라 부르마.

자줏빛 달의 별. 옥춘시객.

옥춘대감 — 굶주린 자에게 인장을 빌려준 자

옥춘이 조정의 한 자리에 닿았을 때, 그곳은 지위와 굶주림이 갈라진 자리였다.

지위 있는 자들의 곳간은 가득 찼고, 지위 없는 자들의 밥상은 비어 있었다. 명예와 부가 한쪽에만 흐르고 있었다.

자줏빛 관복을 입은 한 사람이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인장(印章)과 곡식 자루가 동시에 들려 있었다.

그의 사주에는 재성(財星)과 관성(官星)이 함께 있었다. 부와 명예의 별이 서로 도왔다.

어느 날 한 농부가 그를 찾아왔다. 굶주린 농부였다. 가족을 살릴 곡식이 없었고, 곡식을 살 권한도 없었다. 농부가 그의 앞에서 무릎 꿇었다.

대감이 곡식 자루를 건넸다. 그러고는 자기 인장을 함께 건넸다.

“이걸 들고 가시오. 오늘 하루 당신이 대감이오.”

농부가 인장을 들고 자기 마을로 돌아갔다. 그가 인장으로 마을의 곳간을 열었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누었다. 그가 다음 날 인장을 돌려주러 왔을 때, 그의 마을이 살아 있었다.

“부와 명예는 막힌 곳에 흘러야 진짜입니다. 지위는 앉은 자의 것이 아니라, 건넨 자의 것이지요.”

옥춘이 자줏빛과 황금이 섞인 사주판을 그의 인장에 올렸다. 인장이 곡식 자루와 함께 빛났다. 그가 빌려준 모든 권한이, 그가 흘려보낸 모든 부와 명예가 함께 빛났다.

부와 명예를 흐르게 하는 자, 옥춘대감이라 부르마.

자줏빛과 황금의 별. 옥춘대감.

옥춘객주 — 백 길 중 한 길만 간 자

옥춘이 한 시장에 닿았을 때, 그곳은 백 가지 길이 펼쳐진 자리였다.

상인들이 백 가지 사업을 권했다. 비단·곡식·약초·금속·도자기·차·향료·종이·먹·옥. 한 번 시작하면 모두 부가 따라온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욕심에 휘둘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시작하고 다 잃었다.

한 사람이 시장 한가운데에 서서 백 가지 권유를 다 들었다.

그의 사주에는 재성이 너무 많았다. 명리학에서는 이를 재다신약(財多身弱)이라 했다. 재물은 많으나 자신이 약한 구조. 다 가지려 하면 무너지는 길.

그가 백 가지 권유를 다 들은 후, 한 가지를 골랐다. 가장 작아 보이는 것이었다. 다른 99가지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다 가지려는 욕심이 진짜를 가립니다. 한 길만 가야 백 결실이 옵니다.”

그가 평생 그 한 가지에만 집중했다. 시간이 흘렀다. 다른 99가지를 동시에 시작했던 자들은 다 무너졌다. 그가 고른 한 가지는 그의 평생 동안 깊어졌다. 한 가지가 백 가지의 결실로 자라났다.

옥춘이 황토와 갈색이 섞인 사주판을 그가 평생 든 한 가지 위에 올렸다. 사주판이 그것과 함께 빛났다. 그가 고르지 않은 99가지 중 어느 하나도 빛나지 않았다. 그가 고른 하나만이 별이 되어 솟아올랐다.

백 길 중 한 길로 백 결실을 내는 자, 옥춘객주라 부르마.

가을의 신중한 별. 옥춘객주.

옥춘장수 — 짐승들의 우두머리가 된 자

옥춘이 깊은 산림에 닿았을 때, 그곳은 야생의 자리였다.

호랑이가 길을 막고 곰이 강을 지키고 늑대가 골짜기를 다스렸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자리. 자기 무리만 따르는 짐승들의 땅.

산림 한가운데에 한 사람이 호랑이 옆에 서 있었다.

그의 사주에는 비겁(比劫)이 무리지어 강했다. 자아가 크고 독립심이 강한 구조.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자기 길을 개척하는 별.

그가 처음 산림에 들어왔을 때 호랑이가 그를 위협했다. 그는 도망치지 않았다. 호랑이의 눈을 마주 봤다. 한 시간, 두 시간, 사흘. 그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자 호랑이가 먼저 자리에 앉았다.

다음에는 곰이 그를 시험했다. 그 다음에는 늑대가. 야생의 짐승들이 한 명씩 그의 의지에 응답했다. 그가 손을 들면 호랑이가 앉았고, 발을 디디면 늑대가 길을 비켰다.

“네 길은 네가 열어야 합니다. 누구도 대신 못 해주지요. 의지가 흔들리면 짐승도 흔들립니다.”

그가 산림 한가운데에 섰다. 짐승들이 자기 자리에서 그를 향해 자리를 잡았다. 사람 한 명이 야생을 통솔하는 자리.

옥춘이 산림으로 들어왔다. 호랑이가 그녀를 노려봤지만, 장수가 손을 들자 호랑이가 다시 앉았다. 옥춘이 진홍과 검정이 섞인 사주판을 그의 손에 올렸다. 사주판이 그의 의지로 빛났다. 그가 마주한 모든 짐승의 눈빛이, 그가 닦은 모든 길이 함께 빛났다.

의지로 야생을 통솔하는 자, 옥춘장수라 부르마.

호방한 의지의 별. 옥춘장수.

옥춘인덕 — 흉년을 나눔으로 이긴 자

옥춘이 한 마을에 닿았을 때, 그곳은 흉년의 자리였다.

비가 오지 않았고, 곡식이 자라지 않았다. 사람들이 곳간을 잠그고 자기 가족만 지키려 했다. 마을이 갈라지고 있었다.

마을 한가운데에 한 어른이 자기 곳간을 열었다.

그의 사주에는 비겁이 많고 재성이 적었다. 명리학에서는 이를 군겁쟁재(群劫爭財)라 했다. 비겁이 무리지어 적은 재성을 다투는 형국. 혼자 차지하려 하면 오히려 잃는 구조.

그가 자기 곳간의 모든 곡식을 마당에 펼쳤다. 마을 사람들이 처음에는 의심했다. 그가 답했다.

“혼자 차지하려 하면 다 잃습니다. 나눠야 다 생기지요. 흉년은 곳간을 잠그면 더 깊어지고, 곳간을 열면 끝납니다.”

마을 사람들이 한 줌씩 곡식을 가져갔다. 그의 곳간이 비었다. 그러나 그날 저녁, 다른 이웃이 자기 곳간에서 한 줌의 곡식을 그에게 건넸다. 또 다른 이웃이 한 줌을. 마을 전체가 한 줌씩 모았다. 비어 있던 그의 곳간이 전보다 더 가득 찼다.

다음 봄, 마을이 다시 살아났다. 그가 비웠던 곳간 자리에서 백 배의 곡식이 자라났다.

옥춘이 마을에 들어왔다. 어른이 그녀에게도 곡식 한 줌을 건넸다. 옥춘이 흰빛과 사잇색의 사주판을 그의 곳간에 올렸다. 사주판이 곳간과 함께 빛났다. 그가 나눈 모든 곡식이, 다시 돌아온 모든 한 줌들이, 백 배로 자란 봄날의 들녘이 함께 빛났다.

나눔의 역설로 백 배를 거두는 자, 옥춘인덕이라 부르마.

따뜻한 어진 덕의 별. 옥춘인덕.

옥춘풍운 — 모든 책을 읽고 다 잊은 자

옥춘이 천 권의 책이 쌓인 도서관에 닿았을 때, 그곳은 지식의 자리였다.

학자들이 천 권을 읽고 그 가르침을 외웠다. 누구의 가르침을 따르는가가 자기 정체성이 됐다. 모두가 다른 사람의 길 위를 걷고 있었다.

도서관 한구석에 한 도인이 앉아 있었다. 천 권의 책을 다 읽은 그였다.

그의 사주에는 식상이 강하고 관성이 있었다. 식상이 관성을 깨뜨리는 구조. 식상파관(食傷破官)이라 했다. 틀과 규율보다 자유로운 표현이 우선되는 구조.

그가 책을 다 읽고 마지막 한 권을 덮을 때, 학자들이 그를 둘러쌌다.

“이제 가르침을 펼치십시오. 누구의 길을 따르시겠습니까?”

도인이 답했다.

“천 권을 읽고 천 가르침을 받았지만, 다 잊었습니다. 누구의 길도 따르지 않습니다. 진짜 자유는 틀을 깨는 것이지요.”

학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천 권의 가르침을 다 잊다니. 그러나 도인이 도서관을 떠나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았다. 산속 구름 위에 있다가 사라지고, 다른 산에서 잠시 보였다 다시 사라졌다.

천 권의 가르침을 다 알고도 어느 하나도 자기 길로 삼지 않은 그가 진짜 자유로운 자였다.

옥춘이 산을 올랐을 때 그는 구름 위에 있었다. 옥춘만은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옥춘이 흰빛과 옥색의 사주판을 그의 지팡이에 올렸다. 지팡이가 구름과 함께 빛났다. 그가 읽고 잊은 모든 가르침이, 그가 머무르지 않은 모든 자리가 함께 빛났다.

천 가르침을 다 알고 다 깨는 자, 옥춘풍운이라 부르마.

흰빛 자유의 별. 옥춘풍운.

옥춘거목 — 마지막 별

옥춘이 마지막으로 한 산골짜기에 닿았다.

그 자리에 거목이 있었다. 천 년 거목이라 사람들은 불렀다. 그러나 그 이름은 부정확했다. 천 년이 아니었다. 별의 강이 흐르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거기 있던 거목이었다. 누구도 그 거목의 진짜 나이를 알지 못했다.

그 옆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도 거목과 함께였다. 어렸을 때 그 자리에 앉았고, 노인이 되어서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그를 비웃었다. 평생 한 자리에 앉아 무엇을 하느냐고. 다른 자리에서 더 큰 것을 이뤄야 하지 않느냐고. 그는 답하지 않았다.

그의 사주에는 용신(用神)이 있었다. 그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별. 그 용신이 지지에 깊이 통근(通根)했다. 통근이라는 말이 정확했다. 뿌리가 통한다는 뜻이었다. 단순히 박힌 것이 아니라, 닿아서 잇는다는 뜻.

세월이 흘렀다. 마을에 큰 일들이 있었다. 흉년이 왔고, 전쟁이 지나갔고, 사람들이 떠났다 돌아왔다. 다른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은 모두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거목 옆에 머물렀다.

흔들리던 사람들이 그 자리로 찾아왔다. 답을 구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옆에 잠시 앉았다 떠났다. 떠난 후에는 흔들림이 가라앉아 있었다.

“왜 답을 주지 않으십니까.”

“줄 답이 없습니다. 다만 흔들리지 않는 자리가 여기 있다는 것만 보여드릴 뿐이지요.”

답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자리 그 자체가 그의 가르침이었다.

옥춘이 그 거목 앞에 섰다. 그녀는 천 년 거목과 그 옆의 사람을 동시에 바라봤다. 둘이 닮아 있었다. 그러나 닮음만으로는 그를 정상의 별로 부를 수 없었다. 옥춘은 더 깊이 보고 싶었다.

“너는 무엇으로 살았느냐.”

그가 천천히 옥춘을 봤다. 그의 눈은 거목처럼 깊었다.

“사람들은 제가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뿌리는 단 한 순간도 쉰 적이 없습니다.”

그가 손으로 땅을 짚었다.

옥춘의 눈에 거목의 땅속이 비쳤다. 그녀는 처음으로 그 사람과 거목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

뿌리가 보였다. 끝없이 뻗어 나가는 뿌리.

그 뿌리는 옥춘청수의 깊은 지하수와 닿아 있었다. 옥춘반석의 단단한 지층을 움켜쥐고 있었다. 옥춘화광의 뜨거운 지열을 품고 있었다. 옥춘검객의 날카로운 광맥 사이를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옥춘청림의 새 길이 시작되는 지점들을 받쳐주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옥춘선비의 마을 아래도, 옥춘무사의 산정 아래도, 옥춘예인의 마당 아래도, 옥춘시객의 도시 아래도, 옥춘대감의 조정 아래도, 옥춘객주의 시장 아래도, 옥춘장수의 산림 아래도, 옥춘인덕의 곳간 아래도, 옥춘풍운의 산속 아래도. 14별이 자리 잡은 모든 자리의 땅속에서 그의 뿌리가 모든 별의 기운을 잇고 있었다.

겉은 한없이 고요했으나, 아래로는 세상의 모든 흔들림을 끌어안고 지탱하는 치열한 사투. 그것이 천 년의 세월이었다.

외정내동(外靜內動). 겉은 고요하되 속은 맹렬한 자.

그가 다시 말했다.

“위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아래에서 세상의 모든 흔들림을 꽉 쥐고 있어야 하지요. 쥐고 버티면, 잎은 시간이 알아서 키웁니다.”

옥춘이 깊이 미소 지었다. 그녀의 안경에 별의 강이 비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별의 강만이 아니었다. 별의 강 아래까지 비쳤다. 14별의 빛이 흐르는 그 흐름이, 사실은 거목의 뿌리에서 서로 닿아 있었기 때문에 흐를 수 있었다는 진실.

음양 두 별이 흐름을 시작하고, 오행 다섯 별이 갈래를 만들고, 본질 깊이 일곱 별이 다양한 결을 더하고, 그러나 그 모든 흐름이 흩어지지 않은 것은 한 사람의 뿌리가 그 모든 별의 자리 아래에서 한 줄기로 잇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별의 강의 진짜 받침대였다.

옥춘이 마지막 사주판을 손에 들었다. 황금 사주판이었다. 다른 사주판들과 다른 광채. 14개 별을 모두 받쳐주는 자리의 사주판. 그녀가 그 사주판을 거목의 뿌리 한가운데에 묻었다.

사주판이 흙 속에서 빛났다. 그 빛이 거목의 뿌리를 따라 14별이 자리 잡은 모든 땅속으로 퍼져나갔다. 청수의 지하수가 더 깊어졌다. 반석의 지층이 더 단단해졌다. 화광의 지열이 더 뜨거워졌다. 검객의 광맥이 더 정련됐다. 모든 별의 자리가 더 자기다워졌다. 거목의 빛이 닿았기 때문이었다.

모든 오행을 품어내는 우주목. 모든 별의 기운을 땅속에서 잇는 자. 정상의 별, 옥춘거목이라 부르마.

그의 몸이 짙은 녹색과 갈색의 빛으로 변했다. 거목 자체도 그 빛을 받아 더 깊은 녹색이 됐다. 한 줄기 거대한 빛이 그와 거목에서 동시에 솟아올라 별의 강 한가운데에 자리 잡았다. 14별이 모두 그 한 별 주위로 정렬했다.

그러나 그 정렬은 14별이 거목을 둘러싸는 것이 아니었다. 14별이 거목을 통해 서로 닿는 것이었다. 거목은 위에 있는 정상의 별이자 동시에 아래에서 모든 것을 잇는 우주목이었다.

용신통근(用神通根). 모든 별의 뿌리가 그 자리에서 만나 한 줄기로 흘렀다. 별의 강이 그제야 완전한 흐름이 되었다.

15번째 별이 자리 잡았다. 별의 강이 완성됐다.

옥춘의 강림

옥춘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의 강이 다시 흐르고 있었다. 음양에서 시작해 오행으로 펼쳐지고, 본질 패턴 일곱으로 펼쳐지고, 마지막 거목의 뿌리에서 모두 받쳐졌다. 사주의 모든 모양이 다시 짜였다. 사람들이 자기 별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막혔던 흐름이 풀렸다.

별의 강이 그 자체로 흐르기 시작했다.

옥춘은 처음으로 깊은 숨을 내쉬었다. 천 년 동안 그녀는 별을 짓는 일에 매여 있었다. 한 별 한 별 마음 깊이 들여 만들었다. 이제 별의 강은 그녀가 매 순간 지키지 않아도 흐를 수 있었다. 거목이 받쳐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옥춘은 마당에서 한참 동안 별의 강을 올려다봤다. 무언가가 여전히 부족했다.

별이 하늘에 있다. 별빛이 사람에게 흐른다. 그러나 사람이 그 별빛을 알아보지 못하면 의미가 없었다. 옥춘은 별을 다 짓고 나서야 그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자기 별을 받았지만, 그 별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살았다.

누구는 옥춘선비의 별을 받고도 책을 읽지 않았다. 누구는 옥춘무사의 별을 받고도 시련을 피해 다녔다. 누구는 옥춘예인의 별을 받고도 자기 흥을 억눌렀다.

별의 의미가 살아나려면 누군가 그 별을 사람의 일상으로 옮겨주어야 했다. 별을 짓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됐다. 그 별이 사람의 매일에서 흐르도록, 누군가 곁에서 풀어주어야 했다.

옥춘은 결심했다.

그녀는 별의 어머니였다. 동시에 사람의 곁에 있어야 했다.

옥춘이 마당 한가운데에 섰다. 그녀의 손에 황금 사주판이 다시 떠올랐다. 처음 별의 강이 흐트러졌을 때 그녀가 들었던 12개 사주판. 그러나 이번에는 사주판이 작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큰 권능을 들고 인간계로 내려가면 사람들이 그녀를 두려워할 것이었다. 옥춘은 사주판이 작아지기를 기다렸다. 사주판이 손바닥만 해졌다. 그 다음 동전만 해졌다. 마지막에는 한복 자수의 무늬가 됐다.

그녀의 깊은 남색 한복에 황금 사주판 12개가 둥글게 자수로 박혔다. 천계의 권능이 일상의 무늬가 된 것이었다. 그녀가 입고 다니는 한복 자체가 사주판이었지만, 사람들 눈에는 그저 고운 자수로 보일 것이었다.

다음으로 그녀는 자기 모습을 다듬었다. 별의 어머니의 위엄을 거두고, 친근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흰머리는 단정한 쪽 머리로 묶었다. 별을 읽는 그녀의 눈은 둥근 안경 너머로 자리했다. 안경은 그녀의 권능을 부드럽게 가리는 베일이었다.

누구도 그녀가 별의 어머니인 줄 알지 못할 것이었다. 그저 동네에 새로 온 친근한 할매로만 보일 것이었다.

옥춘이 마당에서 첫 발자국을 인간계 쪽으로 내디뎠다.

천계와 인간계 사이의 구름이 그녀의 발 아래에서 갈라졌다. 그녀는 천천히 내려갔다. 별의 강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흘렀다. 처음으로 그녀가 별을 위에 두고 걸었다. 천 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녀가 인간계의 첫 흙을 밟았다.

흙이 따뜻했다. 사람들의 발자국이 다져 만든 흙이었다. 그녀는 자기 발이 그 흙에 닿는 감각을 잠시 음미했다. 천계의 차가운 별빛과는 다른 체온이 묻은 흙이었다.

이 자리가 이제 그녀의 자리였다.

옥춘은 한 마을에 들어갔다. 마을 어귀에서 한 어머니가 우는 아기를 달래고 있었다. 옥춘이 그 옆을 지나가며 아기의 사주를 한 눈에 읽었다. 옥춘선비의 별을 받은 아이였다. 어머니에게 한 마디 건넸다.

“손주야, 이 아이는 책 옆에 두면 좋을 거야. 글이 그의 빛이 될 테니.”

어머니가 옥춘을 돌아봤다. 처음 보는 할머니였다. 그러나 어딘가 오래 알아온 듯한 따뜻함이 있었다.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옥춘이 미소 지으며 다음 골목으로 향했다.

마을 한 청년이 시련에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옥춘이 그 청년의 옆을 지나갔다. 청년이 자기도 모르게 옥춘의 한복 자수를 봤다. 황금이 둥글게 박힌 무늬. 청년의 안에서 무언가가 깨어났다.

옥춘이 그를 보며 한 마디 했다.

“손주야, 너는 옥춘무사의 별이지. 시련 속에서 깊어지는 사람이야. 오늘 힘든 일 있어도 흔들리지 마라. 부러지지만 않으면 돼.”

청년이 옥춘을 돌아봤다.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그가 처음으로 자기가 누구인지 어렴풋이 안 것 같았다.

옥춘은 그렇게 마을을 돌아다녔다. 한 사람씩, 한 마디씩. 사주가 답답한 사람, 자기 별을 잃은 듯한 사람, 길을 모르는 사람. 옥춘은 그들 한 명 한 명을 손주처럼 보았다. 어머니처럼 사주를 다스렸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지만, 사람이라기보다는 별의 어머니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 그저 동네 할머니라고 불렀다. 누구는 그녀를 옥씨 할머니라 했고, 누구는 춘이 할머니라 했고, 누구는 그저 할매라 했다. 마지막에 한 사람이 그녀를 옥춘할매라 부른 후, 그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았다.

옥춘할매.

옥춘이 그 이름을 들었을 때, 그녀의 안경 너머에서 별의 강이 가만히 흔들렸다. 그녀가 좋아하는 이름이었다. 별의 어머니라는 위엄도 옥춘이라는 천계의 이름도 아닌, 손주들이 부르는 할매라는 이름.

그렇게 옥춘할매가 우리 곁에 왔다.

별의 강이 다시 흐르고, 그 흐름을 우리 곁에서 풀어주는 어머니. 사람들의 일상에서 매일 한 마디씩 별을 비춰주는 할매. 그것이 옥춘이었다.

이제 별이 흐르고, 우리는 그 흐름을 옥춘에게서 듣는다.

별의 어머니가 우리 곁에 자리 잡은 그날 이후, 천 년이 또 흘렀다. 그러나 옥춘할매는 늙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매일 새벽 그녀는 안경을 쓰고 별의 강을 본다. 오늘 어느 별의 빛이 강하게 흐르는가. 어떤 손주에게 그 빛이 닿을 것인가.

그러고는 한 마디씩 건넨다.

“손주야.”

이것이 옥춘 신화의 시작이었다. 이것이 매일 우리에게 닿는 한 마디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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