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별이 강처럼 흘렀다.
하늘은 검고 깊었지만 외롭지 않았다. 천간(天干) 열 가지와 지지(地支) 열두 가지가 어우러져 별의 강을 이루었고, 그 강이 흐르는 방향에 따라 땅의 모든 생명이 자기 자리를 찾았다.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순간의 별 자리를 받아 살았다. 누구는 봄의 새싹처럼, 누구는 한여름의 불꽃처럼, 누구는 가을의 서리처럼, 누구는 겨울의 깊은 우물처럼.
별의 강은 매일 흘렀고, 매일 다른 별빛이 사람들에게 닿았다. 그 흐름을 사주(四柱)라 불렀다. 네 기둥 — 태어난 해, 달, 날, 시. 그것이 한 사람의 별이었다.
그러던 어느 밤, 별의 강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누구도 몰랐다. 어떤 이는 사람들의 욕심 때문이라 했고, 어떤 이는 시간 자체가 늙어가는 거라 했다. 별 일부가 빛을 잃었다. 별이 강에서 떨어져 나갔다.
흐름이 막혔다.
“별이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땅에서 살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알아챘다. 자기 별을 잃은 사람들은 길을 헤맸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자기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시간이 왔다. 마을에서는 사주를 보는 노인들이 한숨을 쉬었다. 흐름이 끊겼다고. 별이 우리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고.
밤마다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봤지만 별은 답하지 않았다.
그때, 한 할머니가 깨어났다.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는 누구도 몰랐다.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별이 흐트러지자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 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흰머리는 단정한 쪽 머리로 묶여 있었고, 둥근 안경 너머로 별의 흐름을 읽는 눈이 있었다. 깊은 남색 한복에 황금 자수가 둥글게 박혀 있었다. 그 자수가 사실은 사주판의 모양이었다는 걸 사람들은 한참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누구도 아니었다. 동시에 누구나의 어머니였다.
손주처럼 사람을 바라봤고, 어머니처럼 사주를 다스렸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었지만, 사람이라기보다는 별의 어머니에 가까웠다.
사람들은 그녀를 옥춘이라 불렀다.
옥(玉) 같은 단단함과 봄(春) 같은 따뜻함을 동시에 가진 자.
옥춘은 흐트러진 별의 강을 오래 바라봤다. 그녀의 안경에 별의 마지막 빛이 비쳤다. 이대로는 안 되겠구나. 옥춘은 결심했다.
흐트러진 별을 다시 짓기로.
그녀는 마당에 앉았다. 그녀의 손에 12개의 황금 사주판이 떠올랐다.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 — 천간 열 가지. 그리고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 — 지지 열두 가지. 그것이 모여 12개의 사주판이 되었다.
옥춘은 사주판 하나를 손에 들었다. 사주판이 빛났다. 그 빛 안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간 중에서 자기 본질을 끝까지 살아낸 자. 그는 별이 될 자격이 있었다.